티스토리 뷰
https://hauntedoak.itch.io/sweaters-by-hedgehog
Sweaters by Hedgehog by Haunted Oak Press
A solo journaling game about a little hedgehog person trying to sell your little sweaters in your little village shop.
hauntedoak.itch.io
이번 우크라이나 지원 번들에 들어 있는 인디 룰입니다. 정말 귀여워요. 저기에 제가 한국어 번역을 해도 괜찮냐고 문의를 넣고 왔습니다.
Quill과 같이 혼자 일기쓰듯 진행하는 저널링 RPG입니다. 이 룰은 트럼프 카드를 사용해요. 자세한 것은 링크에서 구매하시거나 우크라이나 지원 번들을 결제하세요.
카드를 몇 번 뽑아서 이야기를 만들어보았습니다. 마우스가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네요.
제 고슴도치의 이름은 아냐입니다. 중년의 나이에 다다른, 다섯 살 고슴도치예요. 주특기는 굵은 실로 짠 보들보들한 스웨터예요. 작은 무당벌레나 지렁이, 새싹 따위의 수를 놓기도 합니다.
느긋하고 걱정이 없는 편이지만, 자신의 작업물을 대체로 자랑스러워합니다.
아냐의 가게 안쪽에는 선인장들이 가득합니다. 간식으로 먹을 씨앗과 말린 지렁이도 항상 준비해두어요.
아냐는 어머니로부터 이 가게를 이어받은지 이 년 정도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지금 마을에서 케이크를 구우면서 여생을 보내고 있어요. 네, 얼마 남지 않은 삶입니다. 이 마을의 고슴도치들은 번개 맞은 나무 안에 들어가 삽니다. 나뭇가지와 진흙을 뭉쳐 층을 나누어서 살고 있어요.
3월 10일, 아냐의 업무 일지.
1. 에메라 (고슴도치, 세 살)
가게 청소를 하고 문패를 '열림'으로 뒤집어 둔 지 얼마나 지났을까요. 티락에게 주문 제작을 맡겼던 종이 땡그랑 울려요. 그리고 오늘의 첫 손님은...
맙소사, 에메라예요. 저를 '꼰대 고모'라고 부르는 조카지요. 이번에는 형광색으로 머리를 염색했어요. 귀에는 무슨 구멍을 그렇게 많이 뚫었는지! 들어오자마자 하는 말이 뭐였냐면 '고모, 싸게 내놓는 거 있어요? 귀여운 병아리색으로요.' 아주 뻔뻔하기 짝이 없어요. 저도 그 아이에게 제 회심의 작품인 동백꽃 수를 놓은, 몸통은 노랗고 소맷부리는 흰 귀여운 스웨터를 팔고 싶지는 않았어요.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할 게 분명해요.
그래서 안 팔리고 있던 상품을 보여줬어요. 기장이 아주 짧아서 등을 따뜻하게 덮지도 못하는 옷이에요. 전에 도시에서부터 날아온 방문판매 전단지를 보고 시험 삼아 만들어 보았는데, 정말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정말 끔찍한 옷이거든요. 연노랑색이긴 한데, 기장도 짧고 성겨요. 주머니랍시고 눈 아픈 푸른색으로 손바닥만한 조각을 떠서 바느질해서 붙였어요.
그런데 에메라는 아주 좋아하지 뭐예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올리더니 '정말 고모가 만든 거예요?' 라던데요. 정말로 좋아해서 기분이 묘하네요. 가격을 한번 더 할인해서 팔았어요. 가족 모임에는 입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2. 라레시아(족제비, 네 살)
에메라가 떠난 후, 좀처럼 손님이 오지 않았어요. 해바라기 씨를 까 먹고 까진 모양으로 점을 쳐보니 문을 닫기 전에 엄청 몰려온다는 점괘가 나왔어요. 껍질을 정리하려는데 이번에는 라레시아가 왔더라고요. 몇 년 전에는 정말 자주 만났는데, 라레시아가 족제비 사교 모임에 들어간 후로부터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어요. 다시 만나니 반갑더라고요.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라레시아는 말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친구였어요. 게다가 빠르기까지 해요. 대충 족제비 연회와 자신의 화려한 새 옷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 같아요. 그러더니 자기가 입을 옷 그림을 보여주더라고요. 일부러 그림까지 그려서 따로 주문 제작을 했다나요.
'분홍! 겉옷은 절대로 귀여운 분홍색으로 할 거야. 봐봐, 그렇게 해야지 이 군청색으로 염색한 얇은 거미줄 면사포가 돋보일 거라니까?' 그러면서 한참 옷 자랑을 하는데, 배울 게 많았어요. 실험적이라고 해야 하나? 글쎄, 천 한 장을 잘 접어서 재봉 없이 입는대요. 물론 입었을 때 좋은 모양이 나오도록 미리 재단은 해두지만요. 거의 마법 같은 이야기를 해서 한참 이야기를 들어버리고 말았어요.
다음 손님이 올 때까지 족제비 연회 이야기를 들었어요. 나무열매 즙을 마시고, 다른 지역에서 온 족제비들과 긴 몸을 감으며 춤을 추고, 그리고 조금 낯뜨거운 일들도.... 정말, 족제비들이란! 아, 옷이라면 마침 남색으로 별자리를 수놓은 촘촘하게 뜬 니트 볼레로 한 벌이 있어서 제값에 팔았답니다.
3. 이르위스와 니카 (쇠오리 남매, 여섯 달)
라레시아, 문을 안 닫고 들어왔더라고요. 라레시아와 떠들던 중에 '저기요' 하는 가냘픈 목소리가 들려서 문 쪽을 봤더니 새 두 마리가 있더라고요. 라레시아는 긴 몸으로 가게 안의 선인장들을 요리조리 피해 그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그리고는 자기소개를 했죠. 자기 이름, 사는 곳, 족제비 연회가 얼마나 대단한지, 제 가게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제가 얼마나 친절한 고슴도치인지까지요. 얼굴이 붉어지더군요!
그 덕분인지 아이들은 긴장이 풀려 종종걸음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왔어요. 저도 제 공간에서 나와 그 아이들을 맞이했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르위스,' '저는 니카예요.'
생기발랄한 어린 목소리가 가게를 메워요. 이렇게 어린 아이들은 종종 봐요. 대체로 부모와 함께 가게에 오곤 하거든요. 하지만 이 아이들은 둘뿐이네요.
'이동할 때를 놓쳐버렸어요.' '둘이서 쭉 북쪽으로 가고 있어요.'
북쪽? 여기에서 더 북쪽으로 가면 걸어서 가기 힘든 절벽이 기다리고 있어요. 제대로 날 수 있는 어른 새라면 문제 없었겠지만, 이 아이들은 깃털에 윤기라곤 하나도 없고, 부리 끝도 갈라져 있어요. 불쌍도 해라! 그렇다면 여기 머무르면서 일을 도와달라고 했죠. 먹고 입을 것과 살 곳은 제공해 준다고요. 게다가조금씩이지만 날 수 있다면, 나무 높은 곳에 사는 다람쥐나 올빼미나 지빠귀 고객들에게도 저희 가게를 알리기 쉬울 거예요. 그렇게 말하니 이 작은 아이들은 서로 돌아보더라고요.
'그럼 여기에서 유행하는 것!' '제일 잘 팔리는 것을 입고 일할래요!'
두 목소리가 겹쳤어요. 하나가 말하면 다른 하나는 질세라 끼어드는 모양새네요. 요즘의 유행은 역시 보라색이죠. 저 큰 도시에서 새로운 염료를 만들었고, 아직까지 그 최신 기술에 대한 흥미는 사라지지 않았어요. 저희 가게의 보라색 스웨터가 한 벌도 없는 집은 없답니다. 아마도요. 지금 몸 크기에 맞게 치수를 따로 쟀어요. 정말, 저는 돈 안 되는 일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에요.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쪽에서 온 것은 맞네요. 터키석 빛의 너른 강 한 가운데의 섬에서 왔다고 해요. 헤엄도 칠 수 있는 친구들이더군요. 어서 회복하고 자라서 부모님을 찾으러 북쪽으로 갈 수 있길 바라요. 그때까지는 여기서 함께 살겠군요!
'기타 타이만 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프롤] 스프롤 1:1 (1회차) gm (2022.05.11) (0) | 2022.05.15 |
---|---|
[스프롤] 스프롤 1:1 (0회차) gm (2022.04.27) (0) | 2022.04.27 |
[CoC] 수매화 pl (0) | 2022.02.08 |
[CoC] 첫사랑성 스톡홀름 증후군 (gm) - (2022.02.08) (0) | 2022.02.08 |
[CoC] 첫사랑성 스톡홀름 증후군 (pl) - 2022.02.03 (0) | 2022.02.08 |